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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에 대한 생각 변화

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20. 7. 1. 2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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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과 행복은 전혀 상관없다고 확신하던 때도 있었다. 돈과 행복의 인과관계 뿐만 아니라 상관관계마저 부정한 것이다. 지금은 생각이 좀 달라졌다. 돈이 반드시 행복의 원인이 될 수는 없을지 몰라도 돈이 없으면 불편해지고 사람에 따라서는 불행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돈은 필수라는 생각이다. 얼마 정도가 필요할 지는 사람마다 다를 테니 번외로 두고.

예전의 나는 경제적 관념을 정치적 신념과 일치시켜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돈을 가지려 하는 건 가치지향적이지 못하고 욕심에 지배당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와서 다시 생각해보면 많이 가져보지 못한, 또는 더이상 가지지 못할 것에 대한 (좋게 말해서) 자발적 거부 의사를 밝힌 것뿐이다. 이솝 우화에 등장하는 한 여우가 자신의 키보다 높이 달린 포도를 보고는 
"저 포도는 분명히 신포도일거야" 라고 말하며 자기 위안을 하는 모습처럼 말이다. 정치적 신념은 단지 핑계였는지 모른다. 난 못하는게 아니라 안하는 거라고. 난 그런 사람이라고.


작년 겨울에 우연히 알게 된 한 투자가는 (당시 투자를 투기로 보는) 내게 “투자는 시간을 사는 것”이라고 했다. 며칠 전 읽은 <돈의 속성>이라는 책에서 김승호 회장은 “돈 마다 시간은 다르게 흐른다”고 한다. 투자는 시간을 사는 것이라는 말과 연결 지어 생각해 봤다. 시간을 산다는 건 충분히 기다릴 수 있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고, 이는 결국 돈의 출처가 어디인가를 시사한다. 빚내서 투자하지 말라는 말로 받아들이면 너무 일차원적 사고인가?

돈에게 줄 수 있는 시간이 충분한 주인은 같은 돈을 투자하더라도 다른 돈이 충분히 그 자리를 잡을 때까지 기다릴 여유가 있다고 한다. 아주 의젓하게. 조급한 돈은 다른 돈을 기다릴 여유가 없다고 한다. 다른 돈이 모이고 모여서 덩어리가 커져 이익이 나는 법이라는 거다. 예컨대, 빌린 돈은 상환 날짜가 다가오고 할부로 산 자동차는 매월 대급 납기일이 다가온다. 이런 돈이 투자처에 들어간다해도 그리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다. 좋은 투자처를 찾아 들어가더라도 결국 꽃을 피우기도 전에 나와야 할 처지에 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꾸준히 들어오는 고정 수입이 있는 경우를 가정해보았다
. 요즘 같은 투자 호기를 가만히 보고 있을 수 없어서 앞으로의 수입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투자에 뛰어든 경우. 여기에는 오른다는 확신이 필요한데 현재 치솟는 주가와 부동산 가격을 봐서는 잘한 것도 같다. 지금의 나라면 이 방법을 선택하지 않을 것이다. 고정 수입을 담보로 이자를 내면서 투자를 해야한다는 건데, 차라리 이자에 해당하는 금액을 투자하며 고정자산을 지키는 쪽을 선택하는 편이 언제일지 모를 기대수익을 기다리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돈은 이렇게 벌어야 한다고 말한다. 종자돈을 마련할 때까지는 고정수입을 포기해서도 안되며 독하게 모아야한다. 그렇게 돈이 모이면, 모인 돈에 나의 활동으로 인한 고정수입이 더해져서 돈이 함께 움직이도록 한다. 이렇게 움직인 돈이 또 어느 정도의 크기가 되고, 어느 정도의 크기가 된 돈이 또 나의 활동에 의한 고정 수입과 만나 또 함께 움직이고, 이렇게 함께 움직이는 돈의 덩어리의 개수를 늘려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해보니 양자역학이 떠오른다. 에너지는 양자(덩어리)화 되어있기 때문에  불연속적으로(띄엄띄엄) 나타난다고. 돈도 이와 같이 하나의 덩어리를 만든 뒤에야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원리는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은 단순치 않을 것이다
. 구체적 방법을 통해 초기 자금을 모은다는 것 자체가 어렵기도 하겠고, 그 과정도 무척 지난할 것이다. 가장 긴 시간이 걸릴 것이고 어쩌면 가장 결정적인 고비일 수도 있겠다. 어떻게든 이 고비를 넘긴다면 성취감이 곧 행복감이 될 것이고 적어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좀 더 추진력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돈 자체가 직접적으로 행복감을 주지 못할 지라도 이쯤 되면 어느 정도 상관관계는 있다고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결국 또 물음표. 답이 없네.
모두가 부자로 살 수 있는 세상이 가능할까? 그 전에 부자의 기준은 무엇일까?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많은 돈을 가져야 우리는 충분히 부자라고 느낄까? 그에 대한 통계적 지표들은 여러차례 본 기억이 있다. 연 수입이 어느 정도 도달할 때까지는 행복감이 증가하다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행복감은 거의 비슷하다는 것. 통계적 결과이기 때문에 예외의 경우에 속하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돈이 주는 행복감은 부자가 된 다음에 생각하는 편이 낫겠다. 부자가 뭔지도 모르는데 부자로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건 뭔가 안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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