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떠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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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의 글쓰기

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20. 9. 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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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일년동안 춘천에 살았다.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춘천이 처음부터 좋았을리 없다.
서울이 싫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때마침 자리가 생겼고 난 떠났다.
어렵사리 기존 직장을 퇴사하고 막상 떠나려니 살고 있는 집이 생각처럼 안 빠진다.
결국 서울에서 춘천까지 다니는 수밖이 없었다.
그렇게 꼬박 한달을 춘천으로 출퇴근 했다.
다행스럽게도 첫 한달은 여행다니는 기분으로 다닐수 있었다.
그해 가장 더운 날 이사를 하게 되었다.
한낮 기온이 40도가 넘었던 걸로 기억한다.
더위에 어지간히 버티는 내 얼굴이 발갛게 익을(?) 정도였으니.
그래도 출퇴근을 위해 먼 길을 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한결 가벼운 마음이었다.
처음 이사를 하고 아는 사람 없는 춘천 생활이 낯설었지만 좋았다.
혼자서도 잘 놀았다고 할까? 그것도 잠시.
대화할 사람이 없으니 말할 기회가 거의 없다.
직장에서도 회의나 발표 때 말고는 혼자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니 어떤 날은 한마디도 안하는 날도 있었다.
혼자서도 심심하지 않다며 자신했는데 말이다.

어느 정도 혼자만의 춘천 생활에 적응해 갈 무렵 독립출판 작가인 친구의 새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첫 책은 그에게 직접 구입했지만 이번엔 조용히 서점을 찾기로 했다.
춘천 독립서점이 어디에 있나 찾아보니 직장 근처에 하나 있다.
걸어걸어 찾아간 책방은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내는게 들어가기가 어색했다.
나하고 안 어울리는 분위기라고 생각했다. 보통 서점에서 하듯이 원하는 책을 대번에 고르고 계산을 했다.

친구의 책을 또 다른 친구에게 선물하려 한 권 더 집어들었다.
계산하는 내게 여주인장이 얘기한다.
"락 좋아하세요?" 어찌나 자연스럽게 물어보시는지 나도 모르게 "네 좋아해요" 대답했다.
"정말요?" 남주인장이 "그럼 내일 오실래요?" 한다.
"저희 내일 락의 밤 행사하거든요." 여주인장이 다시 거든다.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나왔다.

목요일의 글쓰기를 시작하게 된 최초의 사건은 서점을 방문한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서점의 월말 행사에 참여하게 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춘천 생활에 정이 들기 시작한 것도 이 무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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