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떠나길 바라며

소통의 어려움 본문

카테고리 없음

소통의 어려움

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20. 10. 28. 20:11
728x90
반응형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소통이다. (나만 그런가?)
잘 전달해보려고 이런 저런 예를 들어보기도 하지만
내 말을 들은 상대방은 정작 다른 그림을 그리고 있을 때가 적지 않다.
가볍게 던진 농담이 누군가로부터 오해를 사기도 하고
진지하게 대화하려하면 어려운 사람이라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소통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데
왜 나는 소통이 잘 안 된다고 느끼는 걸까?
아! 내가 안된다고 느끼는 소통은 대부분 의사소통이라는 것을
지금 이글을 쓰면서 깨달았다. 이를 포괄적으로 소통이라 쓰고 있었구나.
이래서 소통이 어려운가? (물론 난 이렇듯 내 오류를 거리낌없이 정정하는 편이다.)

지도교수님의 말씀이 떠오른다.
서로 간의 대화에서 생기는 오해는 듣는 사람에게 있다고.
먼저 들으려 하지 않기 때문에 소통이 되지 않는 것이라고.
그때는 깊은 고찰 없이 받아들였지만
지금에 와서는 어떤 의미로 하신 말씀인지 알겠다.

당시 우리 연구실 구성원 대부분은 입이 있으나 귀가 없는 사람이 많았으니.
나는 이를 두고 많이 배운 자들의 허세 때문이라고 말했다.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일 수록 들으려하지 않으니까.

지금의 나, 분명 들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소통이 어렵다고 느낀다.

확실한 이유를 찾기란 어렵겠지만
내 직업에서 약간의 이유를 찾을 수는 있을 것 같다.
대학원 연구실에서도 그랬지만
직장에서도 대부분 석사 이상 공부를 하고 박사는 수두룩하다.
다들 자기 분야에서 오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해온 사람들이다.
하나하나 물어보면 아니라고 답하겠지만
배움에 대한 자부심이 상당하고,
그 중에 자존심이 과하게 센 사람들도 섞여있다.

결론적으로 난 나를 비롯한 이들 중 상당수가 배움에 대한 자만심 때문에 소통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배움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을 무시하지 못하리라는 자존심은
대화의 시작에서부터 선입견을 갖게 만든다.
상대의 말에서 내가 아는 키워드 몇개를 잡아 판단하는 우를 범하는 것이다.
공감 해줘야 한다는 의무감이 있는 건지
나의 지식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지 알 수 없다.

사람의 감정이 매일 같을 수 없듯이
아무리 잘하던 일도 실수 할 수 있고
가장 좋아하던 음식을 거들떠보기 싫은 날도 있다.

그냥 들을 수는 없는 걸까?
내가 잘 모르는 얘기들은 물어보고
예민한 얘기들은 그저 묵묵히 들어줄 수는 없는걸까?
왜 대화의 말미에는 판단을 하고 결론을 맺는 걸까?
마음 속으로 이런 물음을 가질 때가 많다.
아마도 나는 소통이 어려운 이유를 온전히 듣지 않는 데에서 찾고 있는 모양이다.
온전히 듣지 않는 이유는?
많이 배웠다는 자부심, 또는 자만심.

그리고 이런 것들 때문에 소통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나 또한 마찬가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