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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19. 3. 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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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도 나와 비슷한 시기를 겪었던 모양이다. 나 역시 내 상황을 아래 그림처럼 묘사하던 때가 있었다. 평소 내 깜냥의 7할 정도만 채우고 살아서 여유로웠는데 감당해야 할 일이 불어나면서 어느새 찰랑찰랑 해지더니 급기야 넘치기 시작한다고... 그때는 다 내가 감당해야 할 것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때의 경험이 날 쪼그라들게 만들어서 지금은 적은 일도 감당하기가 버겁다. 작아져 버린 그릇에는 웬만큼 적은 양도 담아지질 않는다. 자칫 넘쳐버릴까 몸을 사리는 습관, 아니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다고 해야 할까? 이건 문제다.
대학, 운전면허, 군대, 학위, 연애, 돈, 결혼, 이별 등 모두 당연 감당해야 할 숙제로 생각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숙제. 나름의 플랜을 갖고 하던 것들이 꼬이기 시작한 건 더 이상 숙제를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면서였다. 그래서 빨리 끝내버리기로 작정했다. 서둘러 숙제를 마쳤다. 주변에서 좋다는 길을 찾아 나섰다. 내 길이 아니었다. 숙제를 어떻게든 마쳤지만 내게 의미 없는 길이 펼쳐졌고, 그 길 앞에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 내가 감당해야 할 일이라고 여기며 고군분투하던 시절 내 모습은 진짜 내가 아니었다. 지치고 힘들면 솔직하게 표현해야 하는데 그건 날 작게 보는 것 같아서 싫었다. 그렇게 일을 감당하고 시선을 의식하니 진짜 나는 사라지고 아무것도 아닌 존재로 남아버린 것이다.
 
저자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나도 나만의 길을 찾아낼 수 있을지. 아니면 숲이라도 뚫고 가야 할 판인데. 영화 스물의 아이들(?)보다 두 배나 살아버린 나는 정말 노땅인데 아직도 길을 못 찾고 헤매고 있다. 잘 가고 있었던 것도 같은데 한순간에 길을 잃은 것도 같고... 길이 길인 줄 모르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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