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에로스에 관한 담화: 플라톤 '향연'

I. 서론 : 아폴로도로스의 향연 이야기 서두와 이야기 주제 결정

플라톤의 ‘향연’은 아테네의 모임에서 참석한 사람들이 펼친 이야기를 아폴로도로스가 그의 동료 글라우콘에게 전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아폴로도로스는 모임에 직접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아리스토데모스를 통해 모임에서 소크라테스가 사람들과 나눈 이야기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는 모임에서 나눈 것으로 알려진 사랑에 대한 다양한 견해와 철학적 대화를 그의 동료에게 전달한다.

아가톤의 집에서 열린 만찬에서 에뤽시마코스는 파이드로스의 말을 인용하며 술에 취하는 것 대신 참석자 각자가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할 것을 제안한다. 이 대목이 헷갈리는 부분인데, 에뤽시마코스가 파이드로스를 두고 “이 이야기의 아버지이기도 하니 말일세”라고 말하는 부분에서 이야기의 제안자를 파이드로스로 볼 수 있다. 소크라테스가 그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발언을 하고 참석자들은 차례대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II. 본론

II-1. 파이드로스의 연설

파이드로스는 에로스를 “신들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가장 존경받을 만하고 또 살아 있든 죽은 후에든 인간들에게 있어서 덕과 행복을 얻는 일과 관련하여 가장 권위 있는 자“라고 주장한다. 그는 사랑이 인간에게 용기를 부여하고, 특히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강조한다. 파이드로스는 사랑은 영웅적인 행동을 이끌며 이는 도덕적 우수성의 근원이 된다고 주장한다.

 

II-2. 에뤽시마코스의 연설

에뤽시마코스는 의술의 관점에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는 ”몸들의 본성이 바로 에로스“라고 주장하며, 사랑이 건강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그는 두 에로스 각각을 지켜보아야 하며, 서로에 대해 질서 있는 에로스에 이르게 되어 절제된 조화와 혼화를 얻게 될 때, 인간들과 다른 동물들, 그리고 식물들에게 번성과 건강을 가져다준고 아무런 해도 끼치지 않음을 주장한다. 에뤽시마코스는 에로스를 지키는 일이 인간의 삶에서 조화와 건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강조한다.

 

II-3. 아가톤의 연설

아가톤은 에로스를 모든 신들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가장 훌륭하기 때문에 가장 행복한 존재로 묘사한다. 그는 에로스로 인해서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하게 되고 이로 인해서 모든 좋은 것들이 신들과 인간들에게 생겨났다고 주장한다. 아가톤은 에로스 자신이 가장 아름답고 훌륭하기 때문에 다른 존재도 아름답게 만드는 원인이 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에로스가 인간에게 인간에게 미적 감각을 부여하며, 삶을 가치 있고 아름답게 만든다고 보는 것이다.

 

II-4. 소크라테스의 연설

소크라테스는 에로스에 관한 자신의 이야기를 만티네아 여인 디오티마와의 대화를 끌어와서 풀어낸다. 그는 에로스가 단순히 욕망이나 아름다움의 추구를 넘어선 것임을 강조하며, 에로스가 영혼들에 있는 아름다움과 앎들로 이끄는 과정임을 설명한다.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은 에로스 관련된 일들을 올바르게 향해 가는, 다른 이에 의해 이끌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름다운 것들로 시작해서 아름다운 것을 목표로 늘 올라가는 것, 다시 말해 영원한 아름다움과 진리를 찾는 인간 노력의 일부이며, 이 과정에서 사랑은 영혼을 높은 수준으로 이끌어가는 동력이 된다.

 

II-5. 알키비아데스의 등장과 연설

알키비아데스는 잔뜩 술에 취해 모임에 도착하며, 소크라테스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고백한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지혜와 성격에 매료된 것처럼 보이지만, 소크라테스와의 관계에서 겪은 감정의 토로는 부자연스럽다. 찬양한다는 표현과 달리 말의 내용에서는 부정적 감정이 읽히기도 한다. 알키비아데스는 자신이 소크라테스에게 느끼는 감정과 그것이 자신을 어떻게 혼란스럽게 만들었는지 설명한다. 그는 소크라테스의 지혜와 매혹되는 자신이 그를 찬양하면서도 불만을 섞어 그의 기만을 주의하라고 말하는 것을 살모사에 물린 경험을 빗대어 사랑의 복잡성과 모순성을 주장한다.

 

II-6. 소크라테스의 답사와 자리에 대한 승강이

소크라테스는 관계에서 사랑을 독점하고자 하는 알키비아데스의 의도를 알아챈 것을 언급하며 답사한다. 알키비아데스는 처음 등장하면서부터 소크라테스와 아가톤 사이에 앉으려고 시도하는데, 이것은 소크라테스에 대한 사랑을 독점하고자 하는 욕구로 보인다. 한편, 아가톤은 소크라테스의 답사에 동의하고 소크라테스 옆 자리로 이동하려고 하지만, 알키비아데스는 아가톤을 소크라테스와 자신의 사이에 앉도록 제안한다. 이러한 상황은 자리에 대한 승강이로 이어진다. 이 대목에서 생각나는 것이 있다. 원래 있던 단어인지 현대에 와서 생겨난 단어인지는 모르나, 알키비아데스의 제안은 다자연애 또는 폴리아모리와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된다. 사랑을 독점하려는 욕구와 이를 공유하려는 태도 사이의 대비가 느껴진다.

 

III. 결론

플라톤의 ‘향연’은 아테네의 모임에서 벌어진 철학적 대화를 통해 사랑(에로스)에 관하여 설명하고 있다. 아폴로도로스가 그의 동료인 글라우콘에게 전하는 형식으로, 여러 사람들이 사랑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공유한다. 파이드로스는 사랑이 용기를 부여하고 영웅적 행동을 이끈다고 주장하고, 에뤽시마코스는 사랑이 건강과 조화를 가져다준다고 말한다. 아가톤은 에로스를 아름다움의 원천으로 보고, 소크라테스는 디오티마의 대화를 인용하여, 사랑이 영혼을 더 높은 수준으로 이끈다고 설명한다. 알키비아데스는 소크라테스에 대한 개인적인 감정을 드려내며 사랑의 복잡성과 모순성을 강조한다. 알키바이데스, 소크라테스, 아가톤 간의 자리 승강이는 사랑의 독점과 공유에 대한 대비를 보여준다.

 

IV. 개인 감상

플라톤의 ‘향연’은 정말 읽기 힘든 책이었다. 철학자들의 이름이 어렵고 그들의 대화가 어디에서 시작해서 어떻게 전개되는지 흐름을 자꾸만 놓치고 말았다. 한 페이지만 여러번 읽으면서도 이해가 되지 않아서 나에게 짜증이 나기도 했다. 책의 전면부에 나와있는 연설에 대한 목차를 대조해 가며단락을 정리해나가며 다시 읽기를 시작했는데 그제야 그들의 대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20년 이상의 결혼 생활을 해온 나는 과연 사랑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돌아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사랑, 특히 에로스라고 하면 육체적인 사랑만을 생각하였는데 책을 통해 에로스에 관한 다양한 시각을 탐구할 수 있었고, 각각의 인물이 주장하는 사랑의 의미는 나의 인지거리를 멀리까지 이끌고 갔다.

 

파이드로스의 용기있고 헌신적인 사랑의 정의는 결혼 생활에서의 내 경험과 맞닿아있는 부분이 있다. 파이드로스가 이야기하는 사랑은, 상대방을 위해 희생하고 용기를 내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얻어지는 도덕적 성숙이라는 점에서 내 결혼 생활의 중요한 의미를 찾게 해 주었다..

에뤽시마코스의 의학적 관점에서 바라본 사랑은, 결혼 생활에서 건강한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 일깨워 준다. 나를 포함해서 우리는 사랑이 정신적, 신체적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종종 잊고 살지만, 그의 연설을 통해 사랑이 주는 건강한 관계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아가톤의 연설은 사랑을 젊음과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묘사하며, 사랑이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익숙함에 빠져 의미를 잃어버리기도 하는 결혼 생활에서 사랑이 일상의 모든 것을 더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게 해 주었다..

소크라테스는 사랑이 단순한 감정이나 육체적 욕망을 넘어서는 깊이 있는 경험임을 강조한다. 사랑은 영적, 지적 차원에서의 연결을 추구하며, 이는 결혼 생활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소크라테스의 사랑에 대한 견해는 나에게 사랑이 지적인 성장과 함께 정신적 성숙의 과정이 될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해 주었다..

알키비아데스의 연설은 사랑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준다. 그의 감정적인 고백은 사랑이 복잡하고 때로는 혼란스러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시간을 돌아볼 때 사랑이 항상 간단하거나 명확하지 않았음을 공감하게 해 주었다..

 

플라톤의 ‘향연’을 통해서 나는 사랑이 인간 삶의 다양한 측면에서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그것이 어떻게 우리의 정신적, 감정적 발전에 영향을 미치는지 깊이 생각해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내 결혼 생활을 통해 경험한 사랑은 플라톤의 ‘향연’이 제시한 사랑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하며, 사랑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풍부하게 하는지를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