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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사실상 위헌 결정

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19. 4. 13. 1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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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4월 11일 오늘, ‘낙태죄’ 조항 폐지에 관한 위헌 여부를 결정짓는 판결이 있었다. 2012년엔 위헌과 합헌이 4 대 4로 갈렸었는데 7년이 지난 지금은 헌재가 어떤 결정을 할지 다수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다. 관심을 반영이라도 하듯, 일찍부터 모인 시민들은 헌법재판소 앞을 가득 메우고 찬반의 목소리를 냈다고 한다. 결과부터 말하면 헌재는 위헌 3명, 헌법불합치(법 개정) 4명, 합헌 2명으로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낙태죄’는 위헌이라고 결정한 것이다.


위헌이면 위헌이지, 헌법불합치란 뭔가 궁금해서 관련 뉴스 기사를 좀 찾아봤다. 앞서도 말했듯 ‘헌법불합치'란 사실상의 위헌 판결로 볼 수 있는데, 수십 년간 존속해온 해당 법률의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우려해 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현행법의 효력을 한시적으로 인정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니까 이제 공은 헌법재판소에서 국회로 넘어가게 된 것이다. “국회의원 놈들 어서 빨리 일해라.”라고 말할 수도 있다. 결정문에 따르면 국회는 2020년 12월 31일까지 현 낙태죄 처벌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 개정 없이 시한을 넘겨 2021년 1월 1일이 되면 법 조항의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1953년 만들어졌다는 현 처벌 조항은 강간에 의한, 인척에 의한, 전염병 우려에 의한 것을 제외하고는 임신 중지(낙태)를 금지했다. 그렇게 66년간 지속되어 왔는데 2014년 낙태 시술을 하여 처벌에 처해진 산부인과 의사가 낸 헌법소원으로 2012년에 이후 다시 위헌 여부 결정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현행 낙태죄는 ‘자기 낙태죄’와 ‘의료인 낙태죄’로 처벌이 된다고 하는데 2012년 당시엔 임신 중지 당사자가 헌법소원을 제기했던 것을 이번엔 의료인이 나선 것이다.


‘낙태죄’ 조항 폐지는 최근까지도 ‘갑론을박’ 이슈가 되어왔고, 방송을 통해 수차례 토론도 거쳐 왔지만 인식의 차이만 확인할 뿐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과거에도 ‘낙태죄’ 조항의 폐지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있었다. ‘태아의 생존권’을 우선하는 분위기 탓에 그간 그 목소리가 전해지지 못 했던 것이 최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이슈로 대두되면서 ‘낙태죄’ 조항 폐지에 대한 시민의 인식과 사회 분위기도 많이 달라졌다. 이제는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보장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함께 하는 목소리가 많아졌다고 할 수 있다.


‘낙태죄’ 조항이 폐지되면 사회가 성적으로 문란 해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이 우려에 대해서  내 의견을 내자면 나는 모르겠다. 아! 중립의 모르겠다가 아니라 ‘낙태’와 ‘성적 문란'의 상관관계를 모르겠다는 말이다. 헌재 결정문에 따르면 “임신 중지 가능 시기는 태아가 여성의 몸에서 분리돼 홀로 생존할 수 있는 22주 내외라고 보면서, 임신 중지 가능 기간과 사유 등을 국회에서 논의해야 한다”라고 주문했다. 개인적으로 헌재의 이 같은 결정은 사람들로 하여금 임신 중지(낙태)에 관한 납득할 만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는 잘 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논란이 되어왔던 ’ 태아의 생존권’과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과연 양립할 수 있는 것인지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임신 중지에 대한 결정을 국가에서 처벌 조항을 두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국가가  지나치게 개입하여 구속하는 것으로 생각되어 반대한다.’ 태아의 생존권’도 가볍게 생각할 것은 아니나 역시 좀 더 세부 상황을 살피고 논의해서 결정해야 할 사안이라는 생각이다.


‘낙태죄’ 처벌 조항의 효용성 여부와 그로 인한 여파를 생각해봐야 한다. 지난 2018년 한 해 동안 낙태로 인해 처벌받은 수는 4명이라고 한다. 법이 있으니 강력히 처벌하라는 게 아니다. 그만큼 임신중절 시술이 음성적으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환경에서 시술이 이뤄지고 있을지 알 수 없다. 임신중절 여성은 감염의 위험과 후유증을 오롯이 홀로 감수해야 하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임신 중지 결정은 임신한 여성 자신이 결정해야 하는 것이지 누가 강요할 것도 막을 일도 아니다. 이번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도 낙태에 관한 기준을 마련하라는 것이지 낙태 자체에 대한 결정은 여성 자신이 할 수 있도록 손을 들어준 것이다. 국가는 개인을 향해 낙태를 허락할 수도, 제한할 수도 없다.


‘태아의 생존권’도 생각 안 할 수는 없기에 조금만 말을 보태면,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보통의 경우 태아는 8주 정도면 모든 장기가 만들어져서 심장이 뛰고, 12주 정도가 지나면 감각기관이 만들어져서 태아도 통증을 느낀다고 한다. 생물학적으로 이 시기부터 태아를 독립된 생명체 보기도 한다. 임신한 여성이 임신 중단 여부를 고민할 만한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보장되지 않는 다면 실질적으로 태아의 생명권도 보장되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다. 혼자 하는 임신이 아닌 만큼 남성들도 맡겨진 책임을 지는 자세를 가져야만 한다. 일만 저지르고 무책임하게 숨어버리는 남자들을 내가 몇 줄로 욕하는 건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 ‘낙태죄’ 폐지가 기정사실이 된 만큼, 원치 않는 임신의 무게를 여성에게만 지우는 남성들에게 책임을 지우는 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늘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이 있음에도 당분간 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더 이상의 논란이 종식되기 바라는 마음으로 내용 정리를 해봤다. 알아야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고 설득할 수 있으니까. 옳고 그름으로 따질 수 없는 문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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