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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일, 주말 책방 나들이

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19. 5. 5.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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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상
평소처럼 6시 50분 즈음 일어나서 기상 인증사진을 찍고 마치 명령어를 입력 받은 기계처럼 아침 일과를 실행한다. 기지개를 켜고 일어나서 침구를 정돈한다. 다음은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고, 스킨로션을 바르고, 옷을 갈아입는다. 아침 신문, 공부할(해야 하는) 논문과 오늘 읽을 책을 가방에 넣고 집을 나선다. 여기까지는 평소와 같다. 다른 점이 있다면 오늘의 행선지. 직장 근처에 있는 동네 책방이다. 
아침 일찍부터 책방에 간들 아직 오픈 시간이 아니다. 우선 직장으로 간다. 화창한 주말 아침이라 그런지 딱히 일이 손에 잡히진 않는다. 얼마 전 다 읽은 김영하 작가님의 <여행의 이유>를 다시 펼쳐 든다. 한 번 읽은 책은 장르를 막론하고 다시 읽기가 쉽지 않다. 이미 내용을 안다는 생각에 대충 훑기도 하고 인상 깊은 부분만 발췌하여 읽기도 한다. 그래도 출근을 했으니 어제 했던 데이터를 다시 한번 살피지만 이내 손을 떼고 다시 책을 펼친다. 어느새 책방 오픈 시간이다. 
책방 오픈 시간이라고 해서 바로 가기엔 미안하다. 한 시간 정도 시간을 두고 책방으로 향한다. 안중근 의사는 "하루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입 안에 가시가 돋는다"라고 했던가? 나는 하루라도 책방을 들르지 않으면 정서적 금단현상(?)이 생기는 듯하다. 다른 책방은 안된다. 여기여야만 한다. :-P 지난달 말 2박 3일간 책방 봄방학이 있었는데 왜 그런지 마음이 헛헛해서 오픈 날만 기다리기도 했다. 내겐 그만큼 아늑하고 편안한 곳이다. 여섯 달째 친분을 쌓은 책방의 두 주인장님들과 나누는 대화가 즐겁고, 같은 책이어도 책방에서 읽는 시간은 더 행복하다. 

아이스크림을 찾아 편의점을 가던 중 눈에 들어온 봉의산 봉우리.

북적이는 책방, 나른한 오후
오늘 찾은 책방은 평소 주말 분위기보다 더 많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바쁜 주인장들이 폐가 될까 일인석에 앉아서 목 글 때 썼던 글을 수정했다. 그날 써서 낭독할 때만 해도 나름 내 생각을 잘 정리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읽어보니 생각이 널뛰는 게 퇴고를 해야 했다. 첫 문장을 고치는데만 십여분은 썼다. 손님들의 대화 소리에 자꾸 귀가 열려서 이어폰으로 귀를 막고(?) 다시 퇴고에 집중했다. 이제는 따뜻한 햇살에 졸음이 밀려온다. 그렇지. 이게 토요일 오후의 모습이지. 유튜브를 열고 마블 히어로 세계관을 다룬 영상을 봤다. 아니 들었다. 눈은 감은 채 현실과 꿈의 세계를 오가며.
한창 그렇게 졸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대부분의 손님들은 떠나고 다시 책방의 공기가 차분해졌다. 슬며시 일어나 남주인장에게 다가간다. 남주 인장은 지난주 촬영한 책 소개 영상 자막을 편집 중이다. 집중하고 있는 모습에 다시 방향을 틀어 서가에 꽂힌 책을 살폈다. 여기 있는 책을 다 읽고 독후감을 남긴다면 내 지성도 한층 업그레이드되겠지?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벤트 추첨, 당첨을 축하드립니다.
여주인장님이 무언가 열심히 쓰고 계신다. 가서 살짝 보니 감사의 달 이벤트 추첨을 위해 응모한 분들의 이름을 적고 계셨다. 나에게 추첨을 도와달라 하신다. 뜻깊은 이벤트에 참여하게 되니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두 분 주인장들이 준비한 선한 이벤트에 내 손 하나 편히 얹으려니 민망하면서도 감사한 마음이 든다. 드디어 추첨. 응모 당사자분이 오늘 손님으로 와 계셨다. 마음은 그분을 뽑아드리고 싶었으나 매의 눈으로 바라보고 있는 남주인장의 시선에 손의 느낌으로만 당첨자를 뽑았다. 추첨 영상에도 등장하는 내 손은 세 명의 당첨자를 뽑았다. 당첨자 중 반가운 이름도 있었다. 내가 당첨된 듯 기쁘다. 
이벤트 추첨과 영상 촬영을 마친 후, 나도 미리 주문한 감사 선물을 받아 들었다. 염치 불고 지난번 구매한 조카의 선물도 포장을 부탁했는데 감사하게도 기꺼이 해주신다. 남주인장의 세련된 포장과 여주인장의 어여쁜 글씨가 어우러진 포장이 무척 마음에 든다. 좋아할 조카들의 모습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내 마음이 흡족하다. 이러니 조카 바보 소리를 듣나 보다. 어버이날 선물에도 예년보다 마음을 더 담았는데 좋아하시겠지? 현찰이 최고이긴 하지만. :)
가자. 집으로.
멀리 나서는 내게 커피를 한 잔 내려주신다. 어쩔 줄 몰라하며 따뜻한 커피를 받아 들고 훈훈한 마음을 간직한 채 차에 몸을 실었다. 기다리며 바라보니 예쁜 동물 피겨가 눈에 들어왔다. 평소에도 보았던 애들인데 오늘따라 왜 이렇게 다정해 보이지? 

너는 정말 예쁘구나. 내가 본 것 중에 가장 예쁘다. 예쁜 것들 :)

달달한 커피 손에 들고 달리고 달려 지금은 부모님 댁에 와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잠들기 전에 떠오르는 대로 나열하듯 쓰는 글. 어제 본방 사수 못한 <스페인 하숙> 재방송이 한다. 얼른 봐야지. 그냥 보기만 해도 행복한 방송이 있어서 감사하다.

저기 보이는 이층집이 내 집이라면 어떨까 잠시 무의미한 상상을 ㅎㅎ

책방에서 느낀 행복의 여운이 자정이 넘은 이 시간까지 남아있다. 푹 잘 수 있겠다.
내일 봅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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