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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 (작성중)

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19. 3. 7.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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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 관객 천 오백만명 돌파, 흥행 성적 역대 2위를 달리는 중인 영화 <극한 직업>. 
아직 못 봤다. 아니 안 봤다. 올레티비로 븨오디 예약 구매 했다. 13일에 오픈 예정이라 한다. 일단 올해 최고의 흥행 영화 감독이 된 이병헌 감독. 그 이름을 알고 있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도 그의 작품을 본 적은 없었다. 이병헌 배우가 워낙 유명해서인지 동명이인에 대한 관심은 비교적 크지 않았고, 영화 제목에서 오는 정서적 거부감이 있었다고나 할까?
올레티비에서 봄맞이 무료 영화 대방출을 시작했다. 난 유료회원인데... 나는 늦은 밤(또는 이른 새벽)에 드라마든 영화든 꼭 한 편은 보고 자는(틀어놓고 자는) 습관이 있다. 업데이트 된 영화 목록을 스크롤 하며 훑었다. <바람 바람 바람> 배우들이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시원하게 웃고 있다. 유쾌해보인다. 말이 바람이지 불륜이라는 게 좀 꺼림칙하지만. 봤다. (감상에 대한 기록은 다음에, 지금은 <스물>에 대해 쓸 생각이니까)
<스물> 영화 포스터가 무척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녹색 바탕에 배우 셋이 머리를 맞대고 드러누워있다. 배경색 때문일까? 그저 편안하다. 파이팅 넘치는 스물의 강렬한 인상은 아니다. 지금은 다 한 자리 하는 배우들인데 개봉 당시에는 어땠는지 모르겠다. 일단 전부 내가 좋아하는 배우들이다. 어떻든 일단 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이거 보려고 한 거니까.
보기 시작하니 멈출 수가 없다. 새벽 3시인데 졸리지도 않는다. 출근도 해야하는데... 기발하다. 유쾌하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지만은 않다. 웃으며 지나간 장면을 다시 생각해보면 오히려 무겁다. 친구끼리 나누는 대화에 카타르시스가 있다. '마음의 소리'를 여과없이 질러버린다고나 할까? 잘 생각해보면 이게 현실 대화인거다.  우리가 표현하기 주저하는 말들을 이들은 거침없이 내지르고 있다. 가감없이 솔직하다. 스무살 청년의 모습이 꼭 이래야 하는 것도 이렇다는 것도 아니지만 이럴 수도 있다는 거다. 부모님의 마음을 먼저 이해하고 만나는 사람에게 먼저 배려하는 모습은 멋진 모습이지만 이거야말로 스무살을 생각하는 우리의 판타지다. 
고등학생의 연애가 모두 이렇지는 않겠지만 한 여자를 두고 싸우는 녀석들, 공정하게 정하자며 중재를 하는 녀석, 심판인 줄 알았더니 이 녀석도 플레이어. 이 어이없는 상황에 멈칫하기도 잠시, 승부욕을 끌어올려 가위바위보를 하는 녀석들. 결국 승자는 결정되었고 승자는 사랑과 우정을, 패자는 또 하나의 우정을 얻는다. 고백 한번 제대로 못하고 마음만 졸이던 녀석들이 이토록 단순하게 결정하고 쿨하게 인정한다. 앞길이 창창한 고등학생의 모습이란 걸까?
드디어 졸업이다. 스물의 문턱에 선 그들 앞에 양 갈래 길이 펼쳐진다. 먼저 길을 선택하며 다른 녀석들에게도 선택을 권하는 공부 잘 하는 친구, 난 이쪽 이라며 또 다른 길을 선택하는 만화에 푹 빠진 친구, 여긴 양갈래 길이 아니라며 지나온 길을 다시 돌아가려는 친구. 그길은 분명 안락함은 있지만 절대 싫은 무언가도 있기에 금새 선택을 바꾼다. 남자는 직진! 잡풀이 무성한 길을 성큼 나아간다. 정지. 그런데 왜 꼭 지금 선택해야하지? 그러게? 모두 출발점에서 멈춰 드러눕는다.
이 장면에서 스무살의 날 생각했다. 좋든 싫든 선택해야 했다. 먼저 대학이냐 아니냐를 선택해야했고, 대학을 선택할 수 밖에 없던 나는 학과를 선택하고 그 길에 맞춰 살아왔다. 이들처럼 선택하기를 보류했더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도 했다. 스물 즈음에 한 선택의 관성으로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되돌아 갈 생각을 한 녀석이 다시 보였다. 난 무조건 밀리듯 앞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했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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