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떠나길 바라며
[영화] '오펜하이머' 리뷰 배경 인물 줄거리 no 스포 본문
오펜하이머: 과학사적 소재를 다룬 매력적인 영화
전기적 요소와 당시 시대상을 품은 영화
영화 '오펜하이머'는 전형적인 전기적(Biographical) 요소를 지닌 작품이다.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 오펜하이머의 인물적 특성과 당시 시대의 배경지식을 알고 있으면 큰 도움이 된다. 배경지식이 없더라도 영화를 즐길 수 있다. 다만, 3시간이라는 러닝타임이 꽤나 길게 느껴질 수도 있다.


과학 지식 없이도 즐길 수 있는 영화, 그러나 쉽지 않다.
영화에서는 오펜하이머를 비롯하여 대중적으로, 또는 학계에 이름이 잘 알려진 물리학자들이 등장하지만, 물리학적 지식은 필요 없다. 물리학적 개념을 알고 있다면 주인공들이 나누는 대화를 더 깊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지만, 굳이 이해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물리학 지식 없이도 영화 속 그들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다. "고도의 집중과 몰입 상태"를 유지하면 영화를 다 보고 나서도 이해할 수 있다.


스크린? or 사운드? All or nothing
작품을 감상할 때에는 돌비(Dolby Atmos) 시네마나 아이맥스(IMAX)로 볼 필요는 없다. 작품의 본질에 더욱 집중하기 위해 화려한 시각효과보다는 탁월한 사운드 시스템에 투자하는 것이 좋다는 의견도 있다. 사운드보다는 아이맥스 스크린에 투자하라는 의견도 있다. (고로, 난 둘 다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바이다. :-p)


과학자의 역할과 사회적 책임
영화는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과학자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고찰을 하게 하는데, 개인적으로 아이러니한 점이다. 과학자들은 물론 사회적 책임을 가지지만,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의한 사회 정책을 주도하는 주체는 과학 이외의 분야에서 나와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치인과 인문학자들이 과학과 기술의 발전을 고려하여 사회 정책을 개발하는 데 더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펜하이머의 다면적 내러티브
영화 평론가 손희정은 한겨레 신문 '영화담'의 리뷰에서 영화 '오펜하이머'를 스펙터클보다는 사운드의 영화로 소개한다. 그의 비평에 따르면 영화는 세 가지 시간대를 아우르는 내러티브로서 컬러와 흑백을 번갈아가며 사용한다. 물리학자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하여 원자폭탄이 폭발하는 순간까지의 시간, 원자력 위원회 위원장 스트로스가 오펜하이머의 음모로 인해 청문회를 치르는 과정과 상무장관 후보자로서 청문회를 치르는 과정이 각 내러티브의 주요 줄기다. 다양한 시간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이해하기 어렵지만, 주의 깊게 관찰하고 집중하면 영화의 내러티브가 보다 명확하게 드러난다. <출처: 한겨레 신문, 2023. 8. 19.> 한 영화 크리에이터는 영화에서 컬러는 융합을, 흑백은 분열을 의미한다고 평했다.
진짜 감상 후기
'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와 함께한 시간
우리나라 개봉 첫날, 심야에 영화관을 찾았다. 국내 개봉일이 광복절이지만(실제로 관련이 있더라도)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는 않다. '아메리칸프로메테우스'라는 원작이 있는 만큼 영화는 견고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연출은 놀런 감독이 맡았는데, 그의 역량에 대해서는 달리 말할 필요가 있을까? 오펜하이머가 활동하던 이 시대는 '신의 실수'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천재 과학자들이 탄생하고 활약한 시기로, 영화에는 유명한 과학자들이 등장하지만, 과학적 지식은 필요하지 않다. 당시의 시대상과 양자물리가 태동하던 시가의 과학자들의 관심사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정도를 간략히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영화 속 갈등과 인식의 전환
이 영화는 인간의 본성에 대한 생각을 이끌어 내며, 의도치 않은 사건으로 인해 오해와 갈등이 생길 수 있다는 면을 강조한다. 뚜렷한 목적을 가졌더라도 결론은 다르게 이를 수 있다. 과거에는 모두가 옳다고 생각했던 일도 시간이 흐름에 따라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며, 정치나 사회적인 상황에 따라 옳다고 여겼던 선택도 의심받을 수 있다. 그러나 그 사실만으로 모든 것이 잘못되었다고 단정할 순 없다. 영화를 보기 전에 오펜하이머에 대해 이미 알고 있었던 사람이나 처음 알게 된 사람이든, 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인식이 바뀔 수 있다. 다면적인 인간 이해가 더욱 깊어질 것이다.


오펜하이머에 대한 평가와 생각
오펜하이머에 대한 스트로스의 평가가 틀렸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오히려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결정에 대해 회한을 남기지만, 그 당시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맨해튼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했을 것으로 추측할 수 있다. 그의 발언은 자신의 책임감을 표현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권한을 넘어서는 일종의 자만심이 어느 정도 포함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이것은 사실이 아니라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원치 않는다면, 이후 내용은 읽지 않는 것을 권장한다) 스트로스가 자신의 자존심을 상처받고 오펜하이머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품은 것이, 복수심을 품고 행동한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그의 분노와 절규가 어떻게 조합되었는지, 그리고 오펜하이머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 오펜하이머는 미국 시민으로서의 자부심이나 애국심, 물리학자로서의 책임감과 운명을 가지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유로만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분명히 관종기질이 다분한 사람이었으니까. 나쁘다는 말은 아니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말하는 것뿐이다.



매우 사적인 감상 후기
금방 관람한 영화 후기를 털어내듯 길을 걷는 동안 써서 다시 정리해서 올리는 후기이다. 앞으로 다시 한번 보게 될 것 같다. 영화를 보는 약 3시간가량 집중했는데, 시간이 결코 지루하지 않았다. 적어도 나는 그랬다. 그 시대의 과학적 변화에 대한 어느 정도 배경 지식이 있다면 영화를 더 즐겁게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영화 후반부에서 느낀 점은, 아주 좋은 인연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아인슈타인이 오펜하이머에게 한 조언과 오펜하이머의 아내 캐서린이 마지막 장면에서 나타난 모습을 보면 오펜하이머와 캐서린의 인연은 천만다행이라는(천생연분 아님) 생각이 들었다. 캐서린 역을 맡은 에밀리 블런트의 매력적인 외모도 이유가 될 수 있지만, 단순히 외적 매력을 말하는 게 아니다. 오펜하이머에게는 없고 캐서린에게는 있는, 그래서 큰 역할을 하는, 캐릭터의 매력이 그에게 고스란히 녹아든 것이라고 생각한다.


맷 데이먼이 그로브스 장군 역할로 빛났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그는 최고의 연기를 선보였다. 소년미를 가진 배우로 인식해 왔는데, 이번 작품에서 그의 연기는 평소의 인상과는 다른 면을 보여주었다. 다른 조연 배우들도 뛰어난 연기를 펼쳤지만, 맷 데이먼에게는 9.9점을 주고 싶다. 킬리언 머피가 연기한 오펜하이머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스트로스는 9.89점을 주고 싶다. '블랙호크다운'의 조시하트넷이 연기한 로렌스는 로렌스 버클리의 유래를 찾아보아야 할 것 같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멋있어지는 듯하다.
영웅으로도 칭송하더니, 이제는 악당이라며 비난한다. 아인슈타인의 말처럼 오펜하이머도 결과를 알고 시작한 것이었고, 시간이 지나면 그들은 오해했다며 그 당시의 행동을 미안하다고 사과할 것이다. 아인슈타인의 말은 그들에 대한 비난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바라보는 고찰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우리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하는 것 같다.


*15세 이상 관람 가능이며, 배우들의 노출 및 성관계 묘사가 있다. 중학생 아들과 함께 본 어머니가 당황스러워하며 숨을 고르셨다. 예전이라면 18세 관람가의 수위다. 자녀와 함께 관람 시 다소 어색할 수 있으니 참고하시길...
덧붙임
오펜하이머는 1904년생으로 로스앨러모스를 이끌 때가 1940년대 초중반이니까 40세도 안 된 나이에 어마어마한 프로젝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마흔이 채 되지 않은 나이에 지도교수로서 제자들에게 꽤나 신망받는 인품을 갖췄었다고 한다. 양자물리를 주제로 강단에 처음 섰을 때는 강의도 어설프고 이해가 어려워서 학생들이 적었으나, 반응에 대한 피드백을 스스로 고민하여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강의는 인기 강의가 되었다고 한다. 이 모든 게 40세도 안 된 나이였다고 하니 놀랍다.

흥행
'오펜하이머' 영화의 흥행이 계속되고 있다. 개봉 6일 만에 1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신작 '오펜하이머'는 어제 오전에 누적 관객 수 150만 명을 넘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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