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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여행의 이유? (학회 다녀왔습니다아)

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19. 5. 18. 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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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여행자 모드다. 
서울 여행을 위해 춘천역을 찾았다. 20년 전 처음 춘천을 왔을 때 봤던 역의 모습은 이제 없지만, 그 방향 그대로 1번 출입구가 나있다. 물론 반대편엔 2번 출입구가 있다. 사진으로 담지는 못 했는데 오른편에 끝을 보면 닭갈비집이 있다. 이 집의 방향과 위치가 내가 춘천에 처음 놀러 와서 닭갈비를 먹었던 그 집이다. 그때보다 건물이 다소 커지긴 했지만 분명히 그 위치다. (뭐 아니면 말고 누가 뭐라니?)
여행이라고 했지만 사실 한양대학교에서 열리는 심포지엄에 참석하려고 가는 길이다. '비즈니스 트립'도 여행은 여행이니까.

춘천역 1번 출입구 전경

외국인 학생과 함께 가는 길인데 일주일 전 미리 기차표를 예매했다. 사진을 찍은 뒤편으로 주차장이 넓게 펼쳐져 있는데 무료 주차장이다. 덕분에 걸어오려던 계획을 수정하고 편하게 차를 운전해서 역까지 왔다. (날도 더운데 이 거리를 걸어서 오려했다니...;;;)

김영하 작가의 신작 <여행의 이유>, 그냥 좋아서 다시 읽는 중이다.

기차의 정해진 자리에 앉자 바로 책을 꺼내 들었다. 쑥스럽지만 인증 숏 하나 찍어주고. 첫 장부터 읽기 시작. 중국에서 추방당한 일화에서 시작한 김영하 작가님의 이야기를 사건 별로 구분해가며 읽었다. 첫 이야기의 제목이 추방과 멀미인데 김영하 작가님이 (어쨌든) 여행한 중국에 대한 기억, 추방과 멀미가 딱 들어맞는다. 책 소개가 아니니까 여기까지만. 첫 이야기만 읽고 청량리역까지 한숨 잤다. 하나 읽었으니까 자도 괜찮아. 게다가 이미 한 번 다 읽었잖아. 

백남 학술정보센터, 도서관이란 얘기다.

도착하니 점심시간이다. 아침 세션은 등록하지 않았다. 여유롭게 착석. 리셉션에 준비되어 있는 커피와 비스킷으로 점심을 대체했다. 오후 세션까지는 30분 정도 남았다. 아무도 없을 때 인증 사진 하나 더.

사은품(?)으로 받은 네임택과 LED램프. 무척 마음에 든다. 아, 밑에 있는 책은 초록집.

사전 등록 확인을 하고 나니 초록집과 사은품을 준다. 오! LED 램프! 이거 불 끄고 책 볼 때 좋겠다. 다른 하나는 카드 케이스인 줄 알았는데 네임택이다. 이름 써서 가방에 걸어야지. ACS NANO 나도 여기에 발표한 논문이 한 편 있다. 히히! 
대가들의 강연을 들으러 와서 고작 사은품에 눈길을 더 주다니. 
과학계에서 저명한 연구자들을 모아서 열리는 강연이다 보니 이름의 무게감이 대단했다. 대가들의 강연은 달랐다. 그중에서도 나사에서 연구 중인 보론과 질소로 탄소를 치환한 나노튜브에 대한 연구 결과가 인상적이었는데 뭐 사실 나도 잘 모른다. 탄소 나노튜브 좀 해봤다고 관심을 보인 것뿐이다.
한 번의 커피 브레이크를 전 후로 나눠서 진행된 여덟 번의 강연을 다 듣고 나서야 우리는 강연장을 나왔다. 
외국인 학생은 서울 방문이 두 번째인데 한양대는 처음이라 내가 좀 더 구경하고 가자고 제안했다.
우리는 마치 대학 구경이 처음인 것 마냥 돌아다녔다.
내가 여기는 한양대학교가 아니라 한양 쇼핑몰이라고 농담을 하자 공감했는지 박장대소하며 웃었다. (한양대 학우분들 혹시라도 보신다면 그냥 저희끼리 한 농담이니 너그러이 봐주세요. 안 볼 것 같지만 ㅎㅎ)

그새 건물이 더 늘었다. 전에 없던 건물들도 보이고.

문득 한양대를 졸업한 친한 형님이 생각났다. 추억 돋으시라고 사진 몇 장 찍어 보냈다. 사진이 반가웠는지 내 연락이 반가웠는지 금세 전화가 온다. 거기는 왜 갔냐부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끊고 다시 학교 구경(?) ㅋㅋ

저 아파트가 있던 자리는 뭐가 있었는지도 모를 관심 없던 땅이었는데 큰 쇼핑몰이 들어서더니 몇 해 지나지 않아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강남까지 연결되는 지하철까지 가세한 덕분에 왕십리 땅값이 어마어마하게 올랐다는 소문이...

외국인 학생이 선택한 스폿. 자꾸 나더라 여기에 서서 사진 찍으라 해서 한 방 찍었다. 사진으로 보는 내 모습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그냥 맘껏 웃으며 찍었다. 차마 올릴 수는 없고.
학회를 핑계로 남의 학교에 와서 이리저리 잘도 돌아다녔다. 그나저나 외국인 학생 이 녀석 여기로 도망가진 않겠지? 
내가 태어나고 자란 동네에서 멀지 않은 곳인데 대도시라 해도 고향은 고향인 모양이다.
교통 체증이 싫고 탁한 공기가 싫고 사람 많아서 싫고 이런저런 싫은 이유가 많은데도 오면 좋고 떠나 있으면 그립다. 
언제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고향을 뒤로하고 지금 사는 나의 동네로 왔다. 다시 일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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