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떠나길 바라며

[생각] 박진영이 말하는 꿈: 난 변화가 필요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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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박진영이 말하는 꿈: 난 변화가 필요해.

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19. 5. 17.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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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에는 보통 부모님 댁에 다녀온다. 토요일 오후에 나서서 일요일 오후에 돌아오는 패턴이다. 일 없이 산다는 확인을 시켜드림과 안부를 확인하려고 다녀온다. 때로는 정으로, 의무감으로. 귀찮아서 안 갈 때도 있고, 바빠서 못 갈 때도 있다. 여하튼 다녀왔다. 
도착하니 늦은 오후, 평소 습관처럼 티브이를 틀었다. 예열하듯 천천히 환해지는 티브이. 스브스로 맞춰져있었는지 티비에는 <집사부일체>가 나오고 있었다. 첫 방송을 본 기억이 난다. 가수 전인권 씨가 출연했던 걸로 기억한다. 물론 내용은 기억 안난다. 네 명의 MC들이 동시대에 살고 있는 누군가(대개는 셀럽)를 사부로 모시고 스스로 제자가 되어 하루 일과를 함께 보낸다. 사부의 보통 일과를 따라 살면서 가르침을 얻는다. 오늘 사부는 JYP, 박진영이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이날 현재, JYP는 시가총액 1조 원에 달하는 엔터테인먼트 회사라고 한다. 자신이 세운 회사를 거대기업으로 성장시키고 경영도 하는 아티스트, 회장이 아닌 피디로 불리고 싶은 사람. 적어도 60세까지는 소위 ‘딴따라’의 삶을 살고 싶은 사람. 예전에 방송된 <힐링캠프>라는 프로그램에서도 박진영의 일상은 무척 인상 깊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도 그는 여전히 그때처럼 살고 있을지 관심이 가고 무척 흥미로웠다.
먼저 그의 일과표가 공개됐다. 방송 녹화가 진행된 그날 그가 보낸 하루 일과를 작성한 것인데, 박진영은 하루 일과를 30분 단위로 쪼개서 꽉 찬 하루를 살고 있었다. 규칙적으로 사는 그의 일과는몇 년전 방송에서 본 그 모습 그대로였다. 몇년 전 방송을 보면서도 그의 꽉 찬 삶을 보면서 나도 이렇게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부러워하기만 하고 나도 하루를 좀 더 규칙적으로 살아봐야겠다고 결심하고,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우기도 했었다. 그러나 거기까지. 그처럼 살기란 어려웠고 변명하자면 당시엔 학위 공부에 몰두하던 때라 일과 자체가 무척 단순했다. 열심히는 살았다.
방송 마지막에 박진영이 말한 꿈이란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박진영은 스무살 때 자신이 원했던 꿈이 있었다고 한다. 그때 당시 그의 꿈은 20억을 벌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금방 이뤘다고 한다. 25살에 자신이 목표했던 20억을 벌어버린 것이다. 20억을 벌고 나자 그는 꿈을 이룸과 동시에 꿈이사라져 버렸다. 또 다른 꿈이 필요했다 그냥 살 수는 없으니까. 다시 꿈을 찾기 시작했다 새로운 꿈을. 그렇게 새로운 꿈을 찾으면서 음악 활동을 계속했고, 그러다가 무엇이 되겠다는 꿈이 아닌 무엇을 위해 살 것인가라는 가치 중심적 꿈이 생겼다. 그러자 앞에 무엇이 되겠다는  꿈은 수단이 되었고, 무엇을 위해서 살고 싶다는 가치에 중심을 둔 꿈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방송을 보면서 나는 어떤 꿈을 가졌는가 나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를 생각해 보았다. 예전에는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았고 그것들이 하고 싶어서 공부를 했는데, 내가 해 온 공부가 그 해답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부터 그냥 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이 많으면 편할 것 같았다. 다르게 생각하면 이것도 꿈이 될 수는 있다. “I want to be rich man.”이 수단이라면, “I want to live for comfort.” 이런 식으로.  지금도 난 단지 편하게 살고 싶다. 지난 시간을 생각하면 하나의 목표만 보며 살아왔다. 그렇게 목표를 달성하고 보니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내 가치관은 늘 사회와 충돌했다. 이런저런곳을 거친 끝에 아무 연고도 없는 여기까지 흘러들어왔다. 여하튼, 그러다가 생각을 했다. 이것은 꿈이 될 수 없을 거 같다는 생각. 그래서 다시 또 꿈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천천히 찾아야지. 아직 난 내 꿈을 찾기 위한 노력을 이 사람만큼 해보진 않았잖아. 아직은 이 사람보다 젊으니까. 물론 박진영이란 사람은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이미 찾고 깨달은 것을 실천해왔지만.
네 명의 진행자는 박진영에게 묻는다. 이렇게 자신의 회사 경영 노하우, 춤, 노래, 건강 식단 등은 어찌보면 재산인데 이렇게 쉽게 공개해도 되느냐고. 그의 대답이 현답이다. 그는 자신이 그러한 것들을 잘 못 하기 때문에 잘 한다는 사람들을 찾아서 하나하나 배우고 기록하여 지금의 매뉴얼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러면서 다 가져가도 된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문제는 실천하는 정신력이지, 방법을 아무리 알아도 실천하지 않으면 소용이 없는 거라고. 이 대목에서 지침서 같은 책을 읽다가 흔히 하는 말이 생각났다. “이걸 누가 몰라?” 물론, 난 아니다. 그렇다. 우리가 삶의 지혜를 얻으려는 목적으로 읽는 책의 내용은 대부분 이미 배워 아는 내용이다. 실천을 못 할 뿐. 혹은 자각을 못 할 뿐. 다년간 과외를 해보면 성적이 낮은 아이들의 어머니나 학생의 대부분 하는 말이 “공부 방법을몰라서”이다. 사실 공부를 안 해서가 더 큰 이유인데.
세미나 발표 자료 준비를 카페 가서 마무리를 하려고 아직 완성하지 못 한 PPT가 담긴 랩탑을 챙겨 밖으로 나왔다. 차에 타고 시동을 켜고 천천히 차를 움직이는 동안 생각이 스쳤다. 그렇다. 박진영은 삶을 컨트롤 하려고 규칙을 정한게 아니라 오직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잘 하고 싶어서 일과를 컨트롤 했던 것이다. 건강을 위해 식단을 심지어 생리현상까지컨트롤했다. 나는 그냥 그의 규칙적인 삶과 시간을 쪼개서 쓰는 그의 꼼꼼함이 현명하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십수년간 실천하는 그가 부럽다고만 생각했다. 결과 자체만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 그의 말이 한마디 더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보기엔 완벽해 보이고 다소 딱딱해 보이는 그의 삶은 어떤 꿈이나 목표가 사라지고 나면 쉽게 무너질 수 있는 것들라는 말. 맞다. 사회에 나서고 난 후의 나는 목표가 없었다. 현실과의 괴리를 고민하면서도 정작 삶을 지탱해야할 하나의 목표가 없었던 것이다. 
카페로 가는 동안 다음 날 발표를 잘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 내가 하던 연구가 아니라서’라는 핑계로 적당히 시간을 채우고 넘기던 세미나였다. 어차피 해야하니까 하는 발표였지 큰 의미가 없었다. 그러다가 이 발표부터 잘 마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건 물론 단기 목표에 불과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난 내일 발표가 있으니 일찍 출근해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운전을 해서 카페로 향했고, 그 와중에 박진영의 삶과 박진영이 했던 말을 떠올리던 중 생각이 난 것이다. 어쨌든 지금 내가 하는 이것부터 잘해야 하는 것이다. 지난 십수년간 과학을 공부하고 지금은 연구를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으로서 다른 대안이 있는 게 아니라면, 지금 하는 이 일을 잘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집중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내가 가진 것을 잘 해야 하는데 다른 것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일단 주어진 발표를 잘해야 하고 발표 후에는 그 내용을 더 잘 이해하고 더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 실험해야 하고, 학술지를 검색해서 기존에 나와있는 결과들과 비교 하여 내 결과의 신빙성을 검증하고 그 차이를 보고해서 나만의 업적으로 만드는게 우선이다. 책을 내더라도 스스로가 존경을 받을 만한 사람이어야 사람들이 읽을 것이라는 박진영의 말이 생각난다.  물론 작가라서 글을 쓰는 게 아니라 글을 쓰면 작가가 되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남다른 필력이 없는 나는 무모하게도 읽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러려면 적어도 내 연구분야에서 ‘조성윤’이라고 하면 아 그 사람 이런 연구 하는 사람이라는 나만의 것이 담긴 특별함이 있어야 한다 에 나는 그것을 잊고 살았다 단지 재미없다 앞으로는 다르다 내 이를 위에서 나를 관리하고 싶어 그리고 내일은 내가 나중에 조금이라도 유명해져서 책을 내게 된다면 그때 내 책을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즐겁게 하고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게 한다.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당장 바꿀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을 찾아가는 것도 과정에 집어넣을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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