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인성 (2)
언젠가 떠나길 바라며

늘 그렇듯 일찌감치 출근해서 여유있는 아침을 보내고 있었다. 이제 막 출근한 직원 하나가 "큰일났어요"를 외치며 들어왔다. 지난 밤 대학원생에게 연구장비를 직접 사용하게 하였는데 장비 소모품 하나가 망가졌다는 것이다. 연구 장비를 쓰다보면 흔히 있는 일이다. 이 직원은 흥분하면 말이 빨라지는 편인데, 이번에도 숨가쁘게 말을 이어갔다. 같은 말의 반복이 주이긴 했지만 내용을 듣다보니 망가져서 어찌어찌 고쳐야겠다는 것이 아니라 누가 망가뜨렸는지, 역시 고문관이라느니 책임을 묻고 원망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그러다가 그걸 받아든 어나더 원. 마치 걸리기를 기다렸다는 양 '다다다다다'. (유치하기 짝이없다. 완장질이 별건가 싶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책임이 사람을 행동하게 만든다는 의미로 ..

고마운 일에 고맙다고 말하는 행위는 결코 나 자신을 낮추는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마움을 표현할 때 상대가 으쓱해하고 과시하는 모양새는 그의 인간적 한계라고 넘어가면 될 일이다. 자신의 행위를 과시하는 사람은 다른 자리에서도 그런 태도를 보일 가능성이 무척 높아보인다. 그런 사람 때문에 고마워할 줄 아는 나의 마음가짐이 흔들릴 이유는 없다. 사람은 평판으로 먹고 산다. 평판은 남이 만들고. 남의 시선에 의지하여 살자는 말이 아니다. 의식하지 않는다해서 내 자아를 흔들 정도로 막 살지는 말자는 거다. 내 인성이 좋은 편에 속한다면, 그건 내게 좋은 일이지 않나? 예전엔 지랄 맞은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도 자기 일은 똑바로 하는 사람이라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몇 년 후에는 일을 조금 못 해도 인성 좋은 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