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떠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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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감정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촉 1/2

아무 것도 아닌 사람 (Nobody) 2023. 7. 2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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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구체적으로 알지는 못 하나, 날 보는 저 눈이 어떤 마음을 담아 내게 말하는지 정도는 감이 온다. 나를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 대화 가운데 내 말을 듣고 있는지 아닌지, 긍정인지 부정인지. 

긍정의 입꼬리를 보이며 미소를 지어도 눈은 말한다. 부정이라고. 
상대에게서 이런 감정을 읽으면 생각이나 판단을 하기에 앞서 불편함을 먼저 느낀다. 이내 어색해지고 슬픔이 온 감정을 지배하기 시작한다. 적어도 이런 감정을 캐치하려면 상대에게 그만한 관심을 두고 있다는 의미일 게다. 쉽게 말해서 인간적으로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할까? 아니, 그렇게 느끼게 된 순간부터 과거형이 될지도 모르겠다. 감정의 인이 박히면 이성의 머리를 아무리 써도 빼내기가 어렵더라.

왜 가까운 사람과 대화를 하면서 복잡한 미로를 통과해야 하는 듯한 어려움을 느껴야 하는 걸까? 보이는 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듣고 싶은데 왜 반대로 보이고 반대로 말하려 할까? 왜 난 상대방이 의도적으로 만든 미로 앞에서 고민해야 하는가? 쓸데없이 발달한 나의 촉이 미로를 복잡하게 만들어서라도 감추고 싶은 상대의 생각마저 알아챈 탓일까?
관심이 없는 대상에게는 이런 신경의 촉이 예민하게 작동할 이유가 없다. 비즈니스 관계에서 벌어지는 형식적 인사라던가, 입에 발린 칭찬을 두고 그걸 진심으로 느끼는 이가 있을까? 혹시 있다면 그 이는 무한 긍정인 사람이거나 자존감이 높다 못해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스스로를 한껏 높이는 사람일 테지. 여기에 다른 생각이 개입할 여지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소신을 (듣는 이에 따라서 강요라고 우기기도 한다.) 밝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자기주장에 반하는 생각이라도 들으면 불편한 기색을 이내 드러낸다. 하긴 나도 이따금 그런 감정을 느끼긴 하니까. 반면 자기 생각에 끄덕끄덕 동의해주면 상대를 좋은 사람이라고 평하기도 한다. 입맛에 따라. 얼마나 편한가.
상식을 가진 인간이라면 내용의 옳고 그름을 판단할 줄 알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분할 줄 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이성의 영역이다. 옳은 말도 자신의 기분이 상하면 듣지 않으려는 게 사람이다. 나쁜 말도 웃으며 친절하게 말하면 마지못해서라도 듣는 게 사람이다. 정서적 접근이 먼저란 얘기다. 좋으면 좋다고 싫으면 싫다고 말하는 사람이 좋다. 이걸 잘 못 할 때 실패의 단계가 시작된다. 관계의 실패…

속을 감추고 '척'하기가 몸에 밴 사람이라면 쉽게 바꾸긴 어려우리라 생각한다. 다만 싫은 것을 굳이 좋다고 말할 필요가 없음을 말하고 싶을 뿐이다. 이제부터의 반응은 당신 몫이다. 내게 있어 반응은 오해와 편견으로 점철된 당신의 속내를 끄집어내기 위한 신호이다. 신호를 무시한다 해도 상관없다. 당신을 향해 세워진 내 촉은 곧 무뎌질테고 나는 당신이 끝내 밝히지 않은 '부정'의 메시지를 안 볼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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